추억과 낭만

추억의 정월 대보름

태양사 2014. 2. 13. 17:30

                                                    좋은하루

(추억의 정월 대보름)

 

어린 시절 ! 정월 대보름은

어린아이들만의 아주 특별한 명절이었습니다.

낮 동안은  물이 항상 있는 논 일명 고래논의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즐기다가

해가 서산에 걸칠 무렵에는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위에 쌓아놓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르고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을 맞이하며 쥐불놀이와 더불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멍을 뚫어 놓은 깡통에 불을 사르고 마른 나뭇가지를 넣어

숯불이 될 수 있도록 허공에 돌려대며 불놀이 준비에 열중하다가 어느덧 불통에

화력이 충만 되면 회전하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젖 먹던 힘까지 다 들여 

힘차게 불통을 하늘 높이 던져 버렸지요.

여기저기에서 일제히 솟아오른 불 깡통에서 붉은 불똥이 폭죽놀이 하듯 쏟아져 내리고

할머니께서는 어린아이 머리위로 횃불을 돌리시며 잘되라고 소원을 비셨고

모닥불에 가래떡을 구워먹었지요.

그리고 나면 어린 가슴속에 희열을 만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네 사랑방으로 

옹기종기 찾아듭니다.

바깥에서 뛰놀다보니 허기진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그제야 식탐들이 발동하여 찰밥 훔치기 공모가 시작 됩니다.

지역적으로 할당하여 김치 독에서 김치와 동치미를 훔쳐오는 무리와

고구마 통가리에서 고구마를 훔쳐 와서 군고구마 굽는 무리 찰밥 훔치는 무리 등.

여자애들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찰밥을 얻어서

자기네들 끼리 골방에 모여서 키득거릴 때쯤

사내 녀석들은 깜깜한 부엌으로 몰래 기어 들어가

솥뚜껑을 밀거나 당기면 쇳소리가 나므로 요령껏 힘주어 불끈 들고선

어림짐작으로 밥솥 안을 한 손으로 더듬거려 찰밥을 찾아서 도망을 나오곤 하였지요.

하지만 어른들은 훔쳐가라고 밥을 넣어 놓았답니다.

그러나 요즈음 어린아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져있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내일이 벌써 정월 대보름 소원도 빌어 보고

금년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4년 2월 13일 수 암 임 문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