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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 노모의 푸념

태양사 2011. 10. 13. 16:15

어느 노모의 푸념

자아ㅡ 보시오. 돈 있다 위세치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 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치 말며, 명예가 있어도 뽐내지 마소.

다ㅡ 소용없더이다.

나이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자나, 못난자나 너 나 없이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 식구가 아닌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지 않소? 웃는 얼굴로 따뜻한 미소 지으며 날 이렇게 잘도 돌봐 주더이다.

아들을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 되고 대학을 가면 사촌이고 군대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 이더이다. 장가 가면 사돈되고 애를 낳으면 내나라 동포요.

이민가니 해외 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되고 아들 둘이면 목 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은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 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 이더이다.

그리고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지 말고,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일마시오. 인생이 다끝나가는 어느 노모의 푸념

남의 일 같지 않은 말인듯 합니다.

          (어느 봄날 수암 임문호)

출처 : 豊川任氏(司正公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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