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이유와 목적
공부는 왜 하나?
어느 일요일, "아빠, 공부는 왜 하는 거야?"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정색을 하고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책을 보고는 있던 아빠는 책을 내려
놓고 "그건 왜 물어?"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아들은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묻는 거야," 그래서 아빠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공부는 너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야. 너의 미래를
위해 엄마 아빠도 매일 공부하라는 말을 하는 거야. 아들은 "난 공부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러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공부를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아." 아빠와 아들은 치열한 공부 공방을
하였지만, 아빠는 명쾌하게 공부의 목적을 제시하지 못했고 아들도 답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아빠는 공부의 목적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
해보고 주변사람들에게 자문하며 명확한 답을 찾기위해 노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목적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한다. 미래를 위해서
한다. 행복을 위해서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한다. 존경 받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 한다. 등등.
아들이 수긍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한 아빠는 답답한 마음으로 혼자 단골로
가던 술집을 찾았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소주 한잔을 하던 뒷골목
빈대떡집이었습니다. 빈대떡을 부치던 주인 아주머니가 오늘은 혼자 왔냐며
반가운 표정으로 맞아 주었습니다. 소주 잔을 기울이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들과의 공부 공방을 이야기 하니,능수 능란하게 빈대떡을 뒤집으며, "공부는
남에게 주려고 하는 거야, 자기를 위해 공부하면 사람이 옹졸하고 치졸해
지거든, 세상을 크게 어지럽히는 놈들은 다 공부를 많이 한 놈들이야.
그런데 그 인간들은 다 자신을 위해서만 공부했기 때문에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거야. 남에게 주는 공부를 못한 거지."
한때 '공부해서 남 주나.'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처럼
공부의 목적을 이기적인 측면에 맞추는 나라도 없으니 그런 말이 유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빈대떡집 주인아주머니의
논리는 그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 그동안 찾으려고 하던 해답을
시원하게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거기서 남 주기 위한 공부, 요컨데
모든 분야의 공부는 전문성을 얻기 위한 과정이고 그것을 성취한 뒤에는
전문성을 세상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힘겹게 발견한 공부의 목적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하며 아빠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공부하라는 말 대신 "네가 추구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을 얻어서 세상 사람과 멋지게 나누며 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2011년 10월 25일 수 암 임 문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