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동지(冬至)  팥죽

동짓날이면 팥죽을 먹는다. 귀신이 팥의 붉은색을 싫어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팥죽을 먹으면 나쁜 기운의 접근을 막아 액땜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문기둥에 팥죽을 뿌리기도 했다.

지극히 미신적인 믿음이라 의문이 생긴다. 왜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지, 또

귀신은 왜 팥의 붉은색을 싫어하는지, 아무리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기 어렵다. 그리고 동짓날 팥죽 먹는 것은 우리만의 풍속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에도 동지 팥죽이 있다. 한중일 삼국의 고문헌에는 모두 동지

팥죽의 기원을 6세기 초, 중국 양(梁)나라 때 종름 이라는 사람이 쓴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서 찾는다. (동짓날 해의 그림자를 재고 팥죽을

끓인다. 역귀를 물리치기 위해서다.) 이유는 이렇게 적혀 있다.

(공공씨(共工氏)에게 재주가 없고 말썽꾸러기 아들이 있었는데 동짓날에

죽어 역귀(疫鬼)가 됐다. 팥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동지에 팥죽을 끓여

귀신을 물리치는 것이다.)

그래도 동지 팥죽의 유래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왜 하필

동짓날에 그것도 팥죽을 먹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풀이가 있지만 동지 팥죽을 설날 먹는 떡국처럼 새해에 먹는 음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유력하다. 우리 속담에도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새해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말과 통한다. 예전에는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했다. 새해에 버금

가는 날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의 음력을 달력으로 사용하기 전인 중국

주나라 때는 음력 11월이 한 해의 시작이었고 동짓날이 새해 첫날이었던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도 동지는 태양이 되돌아와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풀이했으니 새해의 시작이다. 다시 말해 양기가 되살아나는

날이고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를 기점으로 밤은 점점 짧아지며 낮은

점점 길어진다. 양의 기운이 생기기 시작하는 날이다.

이날에 먹는 음식이 팥죽이었으니 “영조실록”에도 동짓날 팥죽은 양기가

되살아나는 것을 기원하는 뜻 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팥죽은 고대의

새해인 동짓날에 먹는 신년 음식으로 새해의 공통소망인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동지 팥죽을 먹고 나쁜 귀신을 쫓아 액땜을

한다는 풍습 또한 새해에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게 해 달라는

기원일 것이다. 참고로 음력11월1일-10일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11일-

20일에 들면 중 동지 21일-30일에 들면 노 동지라고 한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끓여 먹지 않는 다고 하는 설도 있다. 금년에는 11월 28일이 동지이니

맛있는 팥죽을 먹으며 내년에 무병 장수하길 기원해보는 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2011年 12月 21日  邃  菴   任   文   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