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宗親會)

동해 풍파설

태양사 2012. 11. 5. 15:46

 

 

東海 風波說

任 叔 英 (疏菴集)

余嘗 遊東海上 登高以望日出處 是日 適大風振海 席卷 數千里 水之擊者

稽天以躍 湯湯乎不可嚮邇 於是 余 愕然以 駭曰: “不圖風波之盛至於如斯也!

俯視洲渚間 百物戰慄 舟之泊者 幾何其不破碎, 木之植者 幾何其不摧折,

石之立者 幾何其不顚倒, 羽族之沈浮者幾何其不飄蕩, 蛟龍魚鼈之潛乎其深者

 幾何其不脫於淵而落於陸?” 旣而風稍息 水稍靜 乃徐而察之也.

舟之泊者 無破碎者 木之植者 無摧折者 石之立者 無顚倒者 羽族之沈浮者

無飄蕩者 蛟龍魚鼈之潛乎其深者 無脫於淵而落於陸者 物物晏然無故

若未有風波之厄者 於是 余欣然以喜曰: “異哉! 風波之怒如彼 而物之不自失如此

豈不韙哉? 故余向也愕然以駭 今也欣然以喜 喜之與駭 非其類也.

而一日之間 互相爲用 蓋物之自外至者 能捭闔吾之心 吾之器小哉!

有其心而不自持 隨於物而變化 大人者 必不如是也. 嗚呼! 風波之奮偉矣

物之不自失者有之 其異乎世上之風波矣 世上之風波者 生於宦海者也.

夫宦海非海也 則風波亦假者矣. 是惟無作 作則要律震動 當此之時 破碎者

摧折者 顚倒者 飄蕩者 脫於淵 落於陸 不知其 其幾何矣 不亦甚乎!

是眞風波之所未能 而假風波能之 夫何假者之反加於眞者也?”

客曰不: “噫! 夫眞之不如假 實萬事之通患也. 何獨此風波而已?

子不於人觀之乎? 曰某賢者也 曰某才者也 曰某多能者也 曰某自修者也

是賢者 果眞賢者乎? 是智者 果眞智者乎? 是才者果眞才者乎?

是多能者 果眞多能者乎? 是自修者 果眞自修者乎?

夫賢也 智也 才也 多能也 自修也 不可假而爲者也

然假者幾十之八九 而眞者不十之二三 假者多赫赫以彰 眞者多泯泯以晦 嗚呼!

黙黙乎! 孰知假之非眞?” 曰: “否! 假之不可爲眞 猶陰之不可爲陽 黑之不可爲白

 則何益矣? 衆人可誣也 君子不可誣也

然假者能自見於世 則眞者有不如也 豈惟人哉? 無物不然 故鄭衛奏而咸池擯

駑馬御而騏驥遜 鷄豚畜而麟鳳遯 燕雀近而鴻鵠遠 蕭艾顯而芝蘭隱

桃李夙而芰荷晩 魚目耀而夜光混 碔砆售而和璧泯 稂莠盛而嘉穀損

鉛刀割而莫邪蘊 此皆近乎眞假之辨者也 胡可勝道哉?”余旣因物以知人

又因人以知物 推其本而及其末 竝書其說

 

동해 풍파 설 임 숙영(소암 집)

내가 언젠가 동해바다를 여행을 하였을 때 높은 언덕에 올라 해 뜨는 곳을

바라보니 마침 거센 바람이 바다를 흔들어 멍석을 말듯 수 천리를 말아 올렸다.

 바람이 바다 물을 쳐서 하늘에 닿을 듯 솟구치는 파도 마주서기도

두려웠다. 나는 입을 벌리고 놀라 말했다. 풍파가 이렇게 거센 줄 몰랐다.

바닷가를 내려다보니 온갖 것들이 벌벌 떨고 있다. 정박해 있는 배 왜 아니

부서지겠는가? 서있는 나무 왜 아니 꺾이겠는가? 서있는 바위 왜 아니

꺼꾸러지겠는가? 물속에 오르내리는 물고기 왜 아니 휩쓸리겠는가? 깊은

물속에 잠겨 있는 이무기와 용 물고기와 자라 왜 아니 물을 벗어나 육지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이윽고 바람과 파도 점차 잠잠해지고 물이 고요해져

그제야 천천히 살펴보니 정박해 있는 배 부서진 것 없고 서있는 나무

꺾인 것 없고 서있는 바위 꺼꾸러진 것 없고 물속에 오르내리던 물고기

휩쓸려가지 않았고 깊은 물속에 이무기와 용 물고기와 자라 육지로

떨어진 것이 없었다. 사물 하나하나 사고 없이 편안하여 풍파 액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나는 흔연히 기뻐 말 했다.이상하구나? 풍파가 저처럼

거셌는데 온갖 사물 잃은 것이 없으니 정말 위대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입을 떡 벌리고 놀랐다가 지금은 흔연히 기뻐한다.

기쁨과 놀람 서로 같은 감정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번갈아 나타났다. 외부에서 생긴 현상이 내 마음을

여닫는 것을 보면 나란 사람은 작은 그릇이구나!

마음을 제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사물에 따라 변하니 나와는 달리

대인은 분명 그렇지 않으리라, 아아! 풍파가 거세게 몰아쳤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사물이 이렇게 잃은 것이 없으니 세상 풍파와는 정말 다르구나!

세상 풍파는 환해(벼슬의 바다)에서 일어나는데 저 환해는 실제 바다는

아니므로 풍파도 진짜가 아니다. 풍파가 일지 않기 망정이지 일어난다면

곳곳의 벼슬자리는 난리가 나고 요동을 친다.

그럴 때 부서지고 꺾이고 꺼꾸러지고 휩쓸리고 물에서 벗어나 육지로

떨어지는 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너무도 심하지 않은가?

이런 요동은 실제 풍파는 일으키지 못하는 반면 가짜 풍파는 잘 일으킨다.

대체 어떻게 가짜가 진짜보다 더하단 말인가? 그러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아! 진짜가 가짜보다 못한 것이 정말 세상만사에 공통된 걱정거리입니다.

유독 이풍파만 그럴까요? 당신은 인간세계에서 목도한 적이 없나요?

아무개는 어진분이다. 아무개는 재주가 있는 분이다. 아무개는 능력이

많은 분이다. 아무개는 수행을 잘한 분이다. 그렇게 말을 하지만

이렇게 현명하고 소문난 분이 정말 진짜 현명한 분일까요? 지혜롭다고

소문난 분이 진짜 지혜로운 분일까요? 재주 많다고 소문난 분이 진짜

재주가 많을까요? 능력 많다고 소문난 분이 진짜 능력이 많을까요?

수행 잘했다고 소문난 분이 진짜 수행을 잘했나요? 현명하고 지혜롭고

재주 있고 능력 많고 수행 잘하는 것은 가짜로 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가짜가 거의 열중 여덟아홉인 반면에 진짜는 열에 두셋도 되지 않고

가짜는 번쩍번쩍 빛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진짜는 비실비실 숨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아! 입을 다물어야지요.

가짜가 진짜가 아니란 것을 누가 알까요.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가짜가 진짜가 못되는 것은 음이 양이 되지 못하고

검은 것이 흰 것이 못되는 것과 같지요. 하지만 무슨 도움이 될까요?

보통 사람은 속일지언정 군자는 속이지 못하지요. 그러나 가짜가 세상에

자신을 잘 드러내는 점만은 진짜가 그보다 못합니다. 사람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온갖 사물이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답니다. 따라서 음란한 음악은

 연주를 해도 고상한 음악은 물리치고 노둔한 말은 타도 천리마는

양보하며 닭과 돼지는 키워도 기린과 봉황은 숨기고 제비와 참새는

가까이해도 기러기와 고니는 멀리 보냅니다. 쑥은 드러나도

지초와 난초는 숨고 桃李(도리)꽃은 일찍 펴도 연꽃은 늦게 피며

물고기의 눈은 빛나도 야광주는 흐릿하며 돌은 팔려도 和氏(화씨)의

구슬은 숨으며 가라지는 쑥쑥 자라도 좋은 곡식은 줄어들며 납으로

 만든 칼은 물건을 베어도 莫邪(막야)명검은 칼집에 들어있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진짜와 가짜를 분간해야 하는 것들이니 이런 것을

이루 다 말할 수 있을 까요? 나는 사물을 통하여 사람을 알았고

또 사람을 통하여 사물을 알았다. 근본을 가지고 추리를 해서 말단의

일을 생각해보고 그 사연을 글로 써본다.

 

任 叔 英(1576∼1623) 광해군 시절 저명한 시인 호는 疎菴(소암) 또는

東海散人(동해산인) 자는 茂叔(무숙) 세상에 진짜가 없지 않지만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는 능력의 부족 때문에 가짜에게 밀린다. 이글을 읽어보면

자신의 능력을 잘 포장하는 사람들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

동해바다에 가서 거센 파도를 보고 마음을 달랜 위안의 작품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세상도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 같아 더욱 공감이 가는 글이다.

疏菴 先祖께서는 豐川任氏 門下府事 諱 球의 後孫이시며 仁祖反正으로

檢閔에 등용 史官을 겸했고 賜暇讀書를 하고 持平이 되셨다. 문장이 뛰어나고

經史에 밝았으며 死後 副提學에 追贈 지금은 廣州 龜巖書院에 祭享되셨다.

*稽: 머무를 계, 愕: 깜짝 놀랄 악, 駭:놀랄 해, 蛟: 도룡룡 교, (이무기)

鼈: 자라 별, 晏: 늦을 안.편안할 안,晏然: 마음이 편안하고 침착함

厄: 액액. 재앙 액, 韙: 옳을 위.바를 위,(美之是)

捭: 두손으로칠 패.던질패.열벽.꺾을벽,(열벽으로 해석) 闔: 닫을 합,

彰: 밝을 창, 誣: 무고할 무, 奏: 아뢸 주,풍류 주(音樂),

鄭衛: 鄭衛桑閒에서 인용,음란한 노래와 망국적인 음악 鄭과 衛는 춘추

시대의 두 나라이름 그 음악이 음란하여 민심을 어지럽혔다.

桑閒은 濮水(복수)의 상류인 衛의 지명 殷(은)의 紂(주)가 퇴폐적인 노래를

즐기다가 빠져 죽은 곳 후세에 망국적인 퇴폐한 음악을

桑閒濮上(상간복상)의 노래라고 하였다. 濮水(복수): 강이름 옛적에

河南省(하남성) 封丘縣(봉구현)에 있었는데 황하의 줄기가

옮겨지면서부터 없어졌다. 咸池: 해가 미역을 감는다는

天上의 못,(해가 지는 곳, 고상 하다는 뜻) 堯帝(요제)때의 音樂(음악)을 이름

駑: 노둔할 노, 騏驥(기기): 얼룩말 과 천리마, 遜: 사양할 손.겸손할 손

遯: 숨을 둔.달아날 둔,鴻鵠(홍곡): 기러기와 고니,艾: 쑥애

芝: 지초지,芰: 세발 마름 기,混 : 흐릴 혼,珷: 옥돌 무,砆: 옥돌 부,

售: 팔 수.(팔다.팔리다.),稂: 가라지 랑,莠: 가라지 유,(랑유: 강아지풀)

鉛: 납연,莫邪(막야): 명검,蘊: 쌓을 온,

(壬辰2012年11月5日 邃菴 任文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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