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

[스크랩] 황소와의 씨름

태양사 2011. 8. 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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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의 씨름

 7월 어느날 새벽 6시도 안되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지금은 음악

소리" 잠은 깨어 있었지만 그래도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겁도

나고 신경이 쓰인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이 모두 계시는데 연세가

많으시지만 따로 살고 계신다. 왠지 화현에 계신 부모님한테서 오는

전화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전화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집에서 키우시는 황소가 나가서 아버지께서 찾으러 가셨는데 오시지

않는 다고 하신다.

 차는 아들이 갖고 가서 없다고 하였지만 가보지 않을 수 없어서 바로

옷을 찾아입고 택시를 타고서 부모님이 계시는 화현 집으로 올라갔다.

"멀지 않아서인지 택시비는 7000원" 금년에 팔순이신 어머니께서 마당에

나와 계신다. 몸도 불편하시어 병원도 다니신다. 아버지께서는 두살

연하이시다.

 아버지께서 소를 찾으러 뒷동산으로 가신지가 30분도 넘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소 발자국을 쫒아 30분을 찾아 다녔지만

아버지도 소도 보이지 않는다.

 웬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황소가 다 큰 소이고 잡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예전에 갖다드린 핸드폰을 갖고 가셨나 집에 전화를

하였는데 핸드폰을 안 갖고 가셨고 아직 집에도 오시지 않았다고 하신다.

 은근히 더 걱정이 된다. 능선을 따라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오다 보니

소 발 자국이 보이는데 언덕 너머로 넘어 갔나 보다.

 그래서 그 곳으로 가보니 나무에 황소가 묶여 있는데 우리 집에서 나간

소 같다. 코뚜레가 끊어지고 발에서는 피가 난다. 아버지께서 소를 묶어

놓으시고 집으로 가셨나보다. 이른 아침 저수지에 낚시를 다녀오는

동네친구를 만났는데 어떻게 집으로 데리고 가나 걱정을 한다.

 집에 전화를 하니 아버지께서 이곳으로 오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일동

집에서 집사람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여러 번 하였다. "황소는 무섭다."고

하면서, 방금 또 전화가 왔는데 황소를 찾았다고 하니 119를 부르라고 한다.

 요즈음 한우를 길러도 아버지 같이 기르는 집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우리집

뿐일지 모른다. 대량으로 기르는 한우 농가는 많이 있지만 한 마리를 가마에

여물을 끓여 먹이고 꼴을 베어다 먹이는 집은 볼 수 없을지 모른다.

 60년대 70년대는 소를 팔아 땅을 장만 하고 아이들 학교도 보냈다. 집에서

작은 일거리로 소를 기르시는데 요즈음 소 값이 폭락을 하고 있어 팔지도

못하고 있다. 잠시 후 아버지께서 끈을 갖고 오셨다. 코뚜레를 끈으로 만들어

끌고 가야 된다. 그런데 코뚜레를 만들다가 사고가 생겼다. 나무에 감은 고삐를

내가 잡고 있고 아버지께서 코뚜레를 만들라고 하는 순간 갑자기 황소가 머리를

앞으로 밀고 나와 고삐와 나무 사이에 내 팔이 끼는 바람에 조금 딸려 들어갔다.

 소가 밀고 나오는 순간 왼손으로 소의 머리를 들었기 때문에 팔을 뺄 수 있었다.

"환갑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황소와 씨름"이라 소는 머리가 들리면 힘을 쓰지

못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팔을 황소가 끌고 가서 뼈도 상하고 많이 다쳐

119를 부를 번 하였다.

 그래도 다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얼굴과 오른팔이 다쳐서 피가 나고 멍이

들었다. 아버지께서 놀라시어 괜찮으냐고 하시는데, 팔을 빼고서 손을 움직여

보니 아프기는 하지만 움직이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어릴 적에 소로 밭을 갈아 본적도 있고 다루어 보았기에 끈으로 코뚜레를 만들어

아버지와 함께 고개를 넘어 끌고 와서 외양간에 매어 놓았다.

 부모님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집사람이 놀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놀라지 않는다. 황소와 씨름을 하였는데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앞으로 당분간은 만나는 사람들 마다 왜 다쳤냐고 할 것이다. 그 때마다 "황소와

씨름을 하여 이긴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며칠 후 화현 집에 가서 씨름을 하여 이긴 황소를 보니 외양간에서

한가롭게 되새김질 하는 모습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평화로워 보인다.

                 

                (2011년 어느 여름날에 수암  임  문  호)

       *황소사진 몇장 올려 봅니다.

 

 

 

 

출처 : 豊川任氏(司正公派)
글쓴이 : 수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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