豆 粥
(李穡)
冬至鄕風豆粥濃 : 동지향풍두죽농
盈盈翠鉢色浮空 : 영영취발색부공
調來崖蜜流喉吻 : 조래애밀류후문
洗盡陰邪潤腹中 : 세진음사윤복중
동짓날 시골이라 팥죽을 짙게 쑤었는데
푸른 사발 가득 담으니 붉은 빛이 허공에 어리네.
달싹하게 꿀을 타서 목구멍에 흘려 넣으니
나쁜 기운 다 씻어 내고 배 속까지 윤이 난다네.
고려 말의 문인 이색(李穡)도 팥죽을 좋아하였나 봅니다.
내일 모래면 동짓날입니다. 요즘은 직접 팥죽을 끓이는 집이 많지
않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팥죽을 끓여 이웃에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먼저
사당(祠堂)에 올리고 방과 장독대, 헛간 등 집 안 여러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팥죽이 식으면 식구들과 모여서
먹었지요. 팥의 적색이 양(陽)을 상징하므로 음귀(陰鬼)를 몰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런 풍속이 생긴 것입니다. 연말이라 회식이 많은
요즈음 고기나 회를 안주로 삼아 실컷 먹고 마시고 나면 속이 영
더부룩하지요. 아침의 고통과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저녁의 술자리보다
맑은 정신으로 아침에 부드러운 팥죽을 먹는 일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3年 12月 20日 邃菴 任 文 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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